팍상한 폭포 아리아 리조트 후기|마닐라 근교 당일치기 여행과 준비물

TV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고, 메트로 마닐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관광지, 팍상한 폭포.

그런데 나는 필리핀에서 오랜 세월을 살면서도 팍상한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어머니가 필리핀에 오셔서 한 달 반을 지내시는 동안에도 첫날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함께 근교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던 중, 모처럼 비가 조금만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팍상한으로 향했다.

마카티에서 팍상한까지

마카티 그래머시 집에서 팍상한까지는 차로 약 2시간이 걸렸다. 일요일이라 도로가 많이 막히지 않았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이동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출발해 11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팍상한 폭포 투어를 이용하려면 보트를 운영하는 업체나 리조트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한인 업체인 ‘아리아 리조트’를 선택했다. 신축 건물이라 화장실과 시설이 깨끗할 것 같았고, 뷔페식 점심이 포함되어 있어 부모님과 함께 이용하기에도 편할 것 같았다.

보통 팍상한 폭포와 88온천을 묶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지만, 어머니는 콘도에서 매일 사우나를 하고 있으니 온천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팍상한 폭포를 둘러본 뒤, 오래된 성당과 수제화 거리로 유명한 릴리우에 들르기로 했다.

아리아 리조트 도착과 점심

아리아 리조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넓은 주차장 안에서 그늘진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운 뒤 화장실에 들렀다. 대형 식당 겸 대기 장소로 들어가 리셉션 직원에게 예약 내용을 이야기하니, 우리가 사용할 라커도 미리 지되어 있었다.

팍상한 아리아 리조트 입구와 ARIA 간판
팍상한 아리아 리조트 건물 전경
팍상한 아리아 리조트 내부 편의시설
아리아 리조트 물품 보관함과 뷔페 식사
팍상한 아리아 리조트 실내 식사 공간

그런데 도착하기 몇 분 전부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가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점심부터 먹고 출발하자고 했다.

점심은 뷔페식이었다.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을지 몰라 조금씩만 담았는데,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후 일정을 소화하려면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할 것 같아 볶음김치와 배추, 치킨과 소시지를 밥과 함께 든든하게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있으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작은 방카를 타고 팍상한 폭포로

우리는 두 명씩 나누어 보트를 탔다. 배의 균형을 고려해 신랑과 지아가 한 배에 타고, 어머니와 내가 다른 배에 탔다.

우리가 탄 것은 작고 길쭉한 방카였다. 처음에는 방케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를 저어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후 모터가 달린 배가 다가오더니 두 척의 방카를 줄로 연결해 앞에서 끌고 올라갔다.

오랜만에 햇빛이 나서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햇볕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그리고 나는 이날 복장을 완전히 잘못 선택했다.

신랑은 출발 전부터 “가면 다 젖는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젖어 봤자 얼마나 젖겠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폭포에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고 나니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었다.

햇볕도 만만치 않았다. 발목 위까지 오는 긴바지를 입었는데, 바지 아래로 드러난 부분은 나중에 보니 새까맣게 타 있었다. 왕복 두 시간 정도의 일정에서 강한 햇볕을 직접 받은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강을 따라 팍상한 협곡 속으로

팍상한 폭포로 향하는 여정은 붐붕안강(Bumbungan River)에서 시작된다. 작은 카누는 고요한 물길을 지나 점차 깊고 웅장한 팍상한 협곡 안으로 들어간다.

초반에는 강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와 필리핀 현지인들이 사는 집들이 보였다. 물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강가에 한가득 널린 빨래를 바라보는 것도 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였다. 관광지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양쪽으로 높고 푸른 협곡이 펼쳐졌다. 마치 정글 속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와…….”

어머니와 나는 높은 협곡을 올려다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작은 배에 앉아 실제로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이 웅장한 협곡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팍상한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만큼 놀라웠던 방케로의 기술

물이 얕아지고 바위가 많은 구간에 들어서자 방케로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쪽에 탄 방케로는 발과 어깨, 온몸을 이용해 바위 사이로 배를 밀고 방향을 바꾸었다. 좁은 물길에서는 배에서 내려 카누를 끌기도 하고, 바위에 발을 딛고 힘껏 밀어 올리기도 했다.

협곡의 풍경도 장관이었지만, 그 작은 배를 다루는 사람의 기술과 힘 역시 하나의 명장면이었다.

신랑의 말로는 우리 배에 탄 방케로가 특히 능숙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신랑과 지아가 탄 배에서는 앞쪽 방케로가 힘들어하며 숨을 몰아쉬었고, 결국 뒤쪽에서 노를 젓던 사람이 함께 도와주었다고 한다.

출발 전에는 방케로가 중간에 음료나 물건을 사달라고 하더라도 사주지 말라는 안내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중간 지점쯤에 있는 매점에 도착하자 주인이 방케로들에게 음료를 사주라고 권했다.

막상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를 끌어주는 모습을 계속 보고 나니 모른 척하기가 어려웠다. 안내받은 내용과는 달랐지만, 그 순간에는 시원한 음료 하나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만난 팍상한 폭포

중간에 잠시 배에서 내려 바위 위를 걸어 건너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그동안 방케로들은 카누를 직접 들어 다음 물길로 옮겼다. 우리는 다시 카누에 올라 팍상한 폭포를 향해 갔다.

협곡이 점점 깊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또 감탄사가 나왔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팍상한에는 한 번쯤 와봐야 한다고 하는구나.’

중간에 다른 카누 한 척을 만났는데 그 배에는 성인 세 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들이 날씬해 보이기는 했지만, 세 사람을 태운 카누를 바위 사이로 끌어 올리는 일은 방케로들에게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찌는 것이 내 건강에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런 순간에는 누군가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엉뚱하지만 솔직한 생각도 했다.

마침내 팍상한 폭포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폭포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폭포 가까이에는 카누로 바로 들어갈 수 없어 관광객들이 대나무 뗏목에 앉았다. 그러면 방케로들이 연결된 줄을 힘껏 당겨 뗏목을 폭포 아래로 이동시켰다.

폭포수가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잠깐 물을 맞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물속에 통째로 빠진 것처럼 온몸이 흠뻑 젖었다. 방수백을 사용했는데도 나중에 확인해보니 안에 있던 물건 일부가 젖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

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훨씬 빠르고 수월했다. 방케로들은 물의 흐름을 따라 능숙하게 노를 저었다. 물살이 거의 없는 구간에서는 다시 모터보트가 방카를 끌어주었고, 우리는 무사히 아리아 리조트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올라갈 때는 협곡과 방케로들의 움직임을 정신없이 바라봤다면,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직접 다녀와서 알게 된 팍상한 준비물

다시 팍상한에 간다면 옷부터 완전히 다르게 준비할 것이다.

  • 긴팔 래시가드
  • 발목까지 덮는 긴 래시가드 바지
  • 젖어도 되는 신발
  • 갈아입을 옷과 속옷
  • 수건
  • 자외선 차단제
  • 내용물을 한 번 더 비닐로 감싼 방수백
  • 휴대전화용 방수팩

특히 목과 팔, 발목처럼 햇볕에 노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가리는 것이 좋다. 폭포 아래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방수백도 완전히 믿기보다는 중요한 물건을 지퍼백이나 비닐에 한 번 더 넣는 것이 안전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어머니와의 팍상한 여행

어머니와 나는 카누에 앉아 협곡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감탄사를 쏟아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내가 찍은 영상을 꼭 보내달라고 하셨다.

“한국에 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 말로만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

필리핀에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이미 웬만한 곳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유명한 장소를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다. 직접 와서 보니 팍상한은 단순히 폭포 하나를 보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었다.

강가 사람들의 일상, 정글처럼 펼쳐진 협곡, 작은 카누를 온몸으로 움직이는 방케로들, 그리고 폭포 아래에서 온몸으로 물을 맞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팍상한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함께 감탄할 수 있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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